외인 투수들이 쓰는 엇갈린 가을 이야기
외인 투수들이 쓰는 엇갈린 가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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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LG는 외국인 투수 한 명 없이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아담 플럿코가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전반기에만 11승(3패)을 거두며 특급 활약을 펼치던 플럿코는 후반기에는 여러 부상으로 제대로 등판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진에 8월말에는 골반뼈에 타박상을 입고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래도 정규시즌 1위를 지키고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한 LG는 플럿코를 앞세운 가을야구를 기대했으나 4주면 회복한다던 플럿코는 끝내 “던질 수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LG가 한국시리즈를 시작하기 나흘 전, 플럿코는 미국으로 떠났다.
사람마다 성격이 달라 외국인 선수도 천차만별이다. 국내 선수들과 달리, 부진하면 시즌 중 그대로 방출되기도 하니 팀에 대한 소속감도 상대적으로 약한 경우가 많다. 부상에 있어서도 매우 민감하다. 국내 병원 검진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고 미국에 가서 주치의를 보겠다는 선수들도 많다. 선수에게 무조건 희생과 투혼을 요구할 수 없으니 결정적일 때 외국인 선수 때문에 희비가 엇갈리는 팀들을 꽤 자주 볼 수 있다.
2024년 가을야구의 최종무대에서 마주한 KIA와 삼성이 아주 극과 극의 희비를 보여준다. 과연 포스트시즌에 등판할 수 있을까 싶던 제임스 네일(KIA)은 진짜 선발로 나서고, 삼성이 가을야구 1선발로 예고했던 코너 시볼드(삼성)는 팀이 가을야구를 시작하기 전 미국으로 가버렸다.
네일은 8월24일 경기 중 타구에 맞아 턱관절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재활기간을 거치면서도 “꼭 한국시리즈에 복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체중을 유지했고, 운동을 못해도 동료들과 함께 하고 싶다며 수술 뒤 불과 9일 만에 야구장에 나왔다. 동료들은 물론 수많은 팬들이 걱정해주는 목소리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깜짝 시구를 자청했다.
네일은 기적처럼 회복했고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턱에 타구를 맞은 그날 이후 딱 58일 만이다. 네일이 공을 던지기 시작하면서부터 KIA는 등판 여부에 대한 걱정을 지웠다. 양현종과 함께 ‘원투펀치’를 1·2차전에 정상적으로 내놓을 수 있게 된 이범호 KIA 감독은 “1차전이 가장 중요하다. 네일이 1차전에서 완벽하게 던져주면 시리즈가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미쳐주길 기대하는 선수’로 네일을 뽑았다.
삼성은 지난해의 LG처럼, 외국인 투수 한 명 없이 가을야구를 치르고 있다. 9월11일 한화전 등판을 끝으로 어깨 견갑골에 통증이 생겨 재활에 들어갔던 코너는 결국 복귀하지 못했다. 정규시즌을 마칠 무렵, 박진만 삼성 감독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해놓고도 가을 마운드 이야기를 할 때 마음놓고 웃지 못했다. 피칭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코너와는 면담도 해보겠다고 했다.
불안했던 예감대로 코너는 피칭 훈련을 시작도 못했다. 삼성 선수들은 “아프다고 1㎏짜리 아령도 못 들더라”고 마지막 봤던 코너의 모습을 전했다.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 12일 코너가 미국으로 조용히 떠나면서 한국시리즈 등판 가능성도 자연스럽게 사라진 채로 삼성은 플레이오프를 통과했다.
7전4선승제라 선발이 4명은 필요한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원태인, 데니 레예스, 좌완 이승현, 황동재를 앞세워 경기한다. 선발 싸움에서부터 불리함을 안고 출발하게 됐지만 박진만 삼성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통과하면서 우리 선수들의 기운이 올라왔다. 좋은 이 기세로 우승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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